계급의 분열과 사회적 불평등
영화 어스(Us)는 미국 사회의 계급적 분열과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조던 필 감독은 "테더드(Tethered)"라는 도플갱어 존재를 통해 지상과 지하로 나뉜 사회 구조를 묘사하며, 상층 계급과 하층 계급 간의 극단적인 격차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테더드는 지하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가며, 지상의 인간들과 동일한 몸과 영혼을 공유하지만, 자유를 박탈당한 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상 세계의 그림자로 존재합니다. 이들의 삶은 지상인들의 무의식적인 특권과 소비주의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고통을 반영합니다.
영화는 지상과 지하라는 공간적 대비를 통해 계급적 불평등을 강렬하게 묘사합니다. 지상은 자유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아델레이드 가족이 즐기는 휴가와 같은 여유로운 생활을 보여줍니다. 반면, 지하는 어둡고 비좁은 공간으로,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조차 없는 테더드들의 비참한 현실을 나타냅니다. 특히 테더드들이 지상 사람들과 동일한 움직임을 강제로 따라해야 하는 설정은, 사회적 하층 계급이 상층 계급의 행동과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암시합니다. 테더드의 삶은 계급적 억압과 소외를 상징하며, 그들의 존재는 단순히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사회적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는 이러한 계급적 문제를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이 문제를 직시하도록 강요합니다. 테더드가 반란을 일으키며 "손에 손을 잡고(Hands Across America)"를 외치는 장면은 계급적 해방과 정의를 외치는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항조차도 피와 폭력으로 얼룩지며, 관객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의 어려움과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결국, <어스>는 단순히 계급 문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급의 분열이 만들어낸 비극적 결과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정의의 복잡성과 윤리적 딜레마
어스는 정의의 개념을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의의 실현이 얼마나 복잡하고, 그 과정에서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테더드의 반란은 지상의 인간들에게는 공포와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에게 주어진 억압적인 환경에 대한 정당한 저항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양면성을 통해 정의란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특히 아델레이드와 레드의 관계는 이러한 정의의 복잡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레드는 단순히 테더드의 리더로서 폭력적인 혁명을 이끄는 인물이 아니라, 어린 시절 지상에서 지하로 강제로 끌려가 삶을 빼앗긴 피해자입니다. 그녀의 분노와 복수는 억울함에서 비롯된 정당한 감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아델레이드는 지상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기고, 다른 테더드를 외면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정의와 부정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관객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영화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동반되는 폭력의 문제를 다룹니다. 테더드의 반란은 억압된 계층의 해방을 위한 행동이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지상의 인간들에게는 재앙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 반드시 선의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폭력과 희생이 동반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조던 필 감독은 이러한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통해 관객들에게 정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고하게 만듭니다. 결국, <어스>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구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인간 본성과 자기 자신에 대한 공포
영화 어스는 단순히 외부의 위협을 다루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인간 본성과 자기 자신에 대한 공포를 탐구하는 심리적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테더드는 단순히 주인공 가족을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닮은 도플갱어로 설정되며, 이는 인간이 스스로를 직면하는 순간의 두려움을 상징합니다. 테더드의 존재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자아, 즉 우리가 억압하고 외면하려 했던 본능적이고 파괴적인 측면을 드러냅니다.
아델레이드와 레드의 대립은 이러한 내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아델레이드는 지상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철저히 숨기며 살아왔지만, 레드는 이러한 억압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그녀를 끊임없이 위협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어두운 자아를 외면하려 할수록, 그것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아델레이드의 진짜 정체는, 우리가 선하다고 믿는 자아조차도 때로는 비윤리적인 선택의 결과로 이루어졌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테더드의 공격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그려지지 않고, 인간 본성의 경쟁과 파괴 본능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지상의 인간들은 테더드를 적으로 간주하고, 그들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진 폭력성과 이기심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믿는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보여줍니다. <어스>는 결국 인간이 자기 자신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통해, 관객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합니다.